BOOK/REVIEW

[Book review] Big Picture_Douglas Kennedy (20180309)

Bear_V 2018. 4. 4. 16:41

빅 픽쳐 _ 더글라스 케네디 저

-       49p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내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잭은 그런 내 표정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잭이 말하려는 게 뭔지 알고 있었다. 최소한 연봉 50만 달러, 수많은 특권……. 그러나 그 모든 건 내가 뷰파인더 뒤의 인생을 포기하는 대가로 얻은 것들이었다. 잭이 오래전 맥두걸 가 화실에서 꿈꾸었던 인생, 이제는 백일몽이 되어버린 인생, 안정된 삶을 선택하는 대가로 포기한 인생.

잭은 그 안정된 삶이 바로 지옥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       103p

사진에서는 바로 그런 게 중요하다. 카메라 렌즈를 아주 세련되게 현실의 중개자로 사용하면, 지금껏 본 적 없는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다. 최고의 사진은 늘 우연을 통해 나온다. 뉴욕 부랑자들을 빠른 셔터 스피드로 찍은 위지(미국 사진가: 옮긴이)의 뛰어난 사진을 생각해보라. 죽어가는 스페인 공화군 병사를 찍은 유명한 카파의 사진을 생각해보라. 총알이 등을 관통하고, 양팔은 십자가처럼 벌리고 있는 사진. 그들의 최고의 작품은 우연이 전부다. 딱 맞는 순간을 기다리며 몇 시간이라도 보내야 한다. 그러나 결국 기대했던 사진은 얻지 못한다. 그 대신, 기다리는 동안 무심히 셔터를 누른 몇 장의 사진에서 뜻하지 않은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의 제 1규칙.

딱 맞는 순간은 절대로 예술가 스스로 고를 수 없으며, 그저 우연히 다가올 뿐이다. 손가락이 제때에 셔터를 누르도록 하느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

 

-       117p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가족, ,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의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       118p

계속 달리고 싶었지?”

계속 달리고 싶었냐고? 당연하지. 그렇다고 무작정 달릴 수 있을까?”

나는 말을 멈추었다가 어깨를 으쓱한 다음 덧붙였다.

안 되지.”

왜 안돼?”

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도망치고 싶지 않아?”

늘 그렇긴 해. 자네는 안 그래?”

자기 처지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렇지만 자기 처지를 조금 더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

자네는 가진 게 많잖아.”

자네는 아니고?”

최소한 자네는 부부 관계가 좋잖아.”

최소한 자네 아이들은 건강하잖아. 두 아이 다 신체에 이상 없고.”

미안해.”

매사에 마음을 편히 가져 벤.”

 

-       132p

“’사진가는 수동적인 관객이 될 수 없다. 사진가는 사건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만 진정으로 빛날 수 있다.’”

---중략---

“’우리에게는 늘 두 가지 선택의 순간이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후회할 가능성 역시 늘 존재한다. 첫 번째 순간은 뷰파인더에서 우리를 노리는 사건이 벌어질 때다. 두 번째 순간은 촬영한 필름을 모두 현상 인화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들을 버려야 할 때다. 그 두 번째 순간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실패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이미 때늦은 순간이다.’”

 

-       162p

예수께서 니고데모에게 가라사대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하셨습니다. 사람이 거듭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니, 예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 까요? 거듭난다는 건 과연 무슨 뜻 일까요? 태아 상태로 돌아가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누구도 다시 아기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습니다. 그 말씀은 이런 뜻입니다. 처음 세상에 태어나는 건 어머니 덕분이지만, 다시 태어나 예수를 주님이자 구세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마음속에는 여전히 사탄이 깃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 없는 지옥으로 가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다시 태어나면,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됩니다. 양의 피로 죄를 모두 사할 수 있습니다. 걸음도 새로워지고 말도 새로워지고 모든 게 새로워집니다. 옛 모습은 죽이고 두번째 기회를 맞게 되는 겁니다.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똑바로 앉았다. 울음이 가라앉으며 시야가 갑자기 선명해졌다. 와인 병에 손을 뻗은 이후 처음으로 고요의 물결이 나를 찾아왔다.

우리는 태어났지만, 다시 태어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안심이 되는 가르침인가? 텔레비전 전도사는 계속 떠들어대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래. 나는 죽어야 해. 다른 출구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죽은 뒤에도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쨰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태어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할수록 더욱 확실했다. 예수가 없어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계획을 잘 세우면 된다.

 

-       176p

멍청한 놈. 서명을 위조하려면 아래위를 거꾸로 해서 써야한다는 것도 몰라? 위조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인데.”

 

-       186p

일이야 물론 잘 처리했지만 사람들이 자네를 많이 걱정하고 있어. 그 멍청이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자네도 잘 알 거야. 이미지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요즘 자네는 엄청난 문제를 떠안고 사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어. 그들은 자네가 걱정스럽다고 말하겠지. 명목상 우리는 다 한 가족이니까. 그렇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달라. 그들은 지금 자네 같은 모습을 경멸하지. 의기소침, 우울, 낙담, 이런 단어들은 그들의 사전에 없어. 그런 감정 따위는 버려야한다고 믿고 있지. 법률회사의 불문율이야. 우리의 일터에서는 자신감이 능력만큼 중요하지. 자네는 오래전부터 자신감을 잃어 보였어. 그들이 걱정스럽다고 공공연히 말할 만큼.”

 

-       213p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걸 빼앗길 수 있는 게 삶이야. 우리 모두는 그런 순간이 언젠가 다가오겠지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       251p

이제 떠날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식탁 앞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갖가지 물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흰 벽, 수공 소나무 캐비닛, 조리대, 주방 기구들, 장식장에 깔끔하게 쌓인 흰 웨지우드 접시들, 메모판에 핀으로 꽂은 가족사진, 냉장고를 장식한 학교 알림장과 애덤의 그림.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 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       271p

질문. ‘지붕을 깨끗이 치웠을 때, 얻는 것은?’ . ‘텅 빈 지붕’. 다른 답. ‘자유’.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 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       315p

와인 한 잔을 더 마시고, 인화한 사진을 다시 꼼꼼하게 살폈다. 그밖에 다른 사진들에는 이전에 내가 품었던 자의식만 보일 뿐이었다. 그나마 다섯 장을 건질 수 있었던 건 내가 피사체에 사진가의 시각을 인위적으로 들이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의 얼굴에 집중하고, 그 피사체가 프레임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면, 모든게 제대로 굴러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       343p

요즘은 작은 게 미덕인 시대죠. 아무리 비전이 있다 해도, 스스로 다룰 수 있는 한계까지만 비전을 확장해야 해요. 지나친 확장을 했다가는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도 있겠죠. 한편으로는 시장의 성장을 간과해서도 안 되겠죠. 저는 앤이 보여준 서머스 씨 사진을 보면서 단순히 전시할 작품을 구한 것에 만족하지 않았어요. 새로운 서부의 세계관이 보였죠.”

 

-       366p

그 여자, 대단해요. 사진가 양반도 이제 알잖아요? 여긴 겨울이 길어 같이 지낼 사람이 간절하지. 상대방의 진면목은 나중에야 알 수 있고. 경험이란 실수를 좋게 포장한 말일 뿐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오스카 와일드?”

소니 리스턴.”

 

-       415p

일주일 동안 나는 미국 생활의 자명한 진리 중 하나를 깨닫게 됐다. 일단 인기를 얻으면 어디서나 그 사람을 찾는다. 미국 문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늘 무시된다.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발행인, 잡지 편집자, 제작자, 갤러리 주인, 에이전트들을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사람은 낙오자로 취급될 뿐이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각자 찾아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만 믿고 무명의 인물에게 지원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무명은 대부분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행운의 밝은 빛에 휩싸인 후로는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반드시 써야 할 인물이 된다. 이제 모두 그 사람만 찾는다. 모두 그 사람에게 전화한다. 성공의 후광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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